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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 본인확인제

어느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제한적 본인확인제 시행 화면

지난 7월 27일부터 공공기관, 포털, 인터넷 언론사 등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게시판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다시 한 번 확인받아야 하는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되는 민간 웹사이트는 네이버, 다음, 엠파스 등의 포털 16개와 오마이뉴스, 조선일보, KBS 등의 언론사 14개, 디씨인사이드, 이글루스, 판도라TV 등의 사용자제작콘텐츠 전문 웹사이트 5개이다. 한 마디로 이제부터 사람들이 웬만큼 많이 쓰는 웹사이트의 게시판에 자기 말 한 줄이라도 올리려면 자신의 정체부터 '확인'받고 올리라는 의미이다(비록 최초 한 차례만 확인한다고 하지만).

범위는 상당히 넓지만, 개인적으로 보기에 이 새로운 제도가 겨냥하는 목표는 제한적이다. 이미 한 차례 개정된 바 있는 주민등록법에 의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게시판을 포함한)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 이용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었고, 네이버, 다음을 비롯한 대다수의 회원제 웹사이트들은 제한적 본인확인제 이전부터 실명 및 주민등록번호를 확인받지 않은 익명의 사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에 제한을 두었다. 이미 실명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포털 웹사이트에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실시 여부와 무관하게, 회원 정보만으로도 어떤 회원이 오프라인상의 실존인물 누구인지 추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한 추세에서 얼마 없는 예외 중 하나가 디씨인사이드였는데, 이 웹사이트의 게시판에 글을 쓰는 데에는 실명, 주민등록번호는 물론이고 로그인이나 심지어 이메일 주소 입력마저 필요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최초의 게시판 모델을 극히 최근까지 유지한 셈인데(최근까지는 일정 규모 이상의 게시판을 운영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이용자의 실명을 확인해야 한다는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실시된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그러한 게시판 형태에 최초로 법적인 제동을 건 것으로 보면 된다. 다만 그 규제의 대상이 일일 방문자 20만 명 이상의 (사실상) 모든 웹사이트로 정의된 것은 이후에도 등장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게시판 서비스에 일종의 법적 책임을 부과하기 위한 것이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깨끗한 인터넷'을 만들겠다는 미명 하에 강화되는 검열이다.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몇 가지 개인정보와 이용 약관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는 기업뿐만 아니라(디씨인사이드의 경우에는 그러한 것을 요구하지 않고 게시판을 운영한 독특한 사례이지만), 비영리적 혹은 자발적 형태로 게시판을 세워 운영하는 케이스에도 일률적으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게 강제할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에는 이전부터 큰 차이 없는 법적 의무를 준수했으나, 대규모 동호회나 시민단체 혹은 다른 어떤 형태의 결사체의 경우에도 웹사이트 방문자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회원들의 실제 정체를 확인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포털 뿐만 아닌 '웬만큼 사람들이 몰리는 모든 곳'에서 자신의 발언이 추적당하고 감시당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가지는 개인적인 감정은 양가적이다.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아직까지 인터넷상의 익명성이 정치적 자유의 근본이며 시민적 권리의 하나라는 것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정도의 담론을 형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날아드는 폭력이나 사기 같은 문제들이 지배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특정인을 겨냥한 인터넷 사용자들의 '마녀사냥', '악플', 게시판을 뒤덮는 스팸이나 온라인 스토킹 등의 문제가 게시판을 비롯한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의 발언을 허용했기 때문이며, 그러므로 인터넷 사용자들이 스스로 "뱉은 말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하며 "익명성을 이용해서 나쁜 짓을 하는" 개인들을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들도 없지는 않다(하지만 이미 실명 확인을 실시하는데도 거친 댓글들이 오가는 네이버 뉴스 같은 곳을 보면, 자신의 실제 정체가 드러날 수 있다는 위협이 과격하고 폭력적인 행위를 막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숱한 인터넷 서비스 중에서도 게시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한하여 한 차례 실명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실명 여부를 확인하는, 이른바 '전면적 실명제'보다는 그 수위가 낮은 편이다. 그나마 이 제도가 일종의 절충안으로서 채택되었기 때문에 보다 포괄적인 검열 조치의 도입을 막을 수 있었다는 생각도 완전히 이유 없지는 않다.

어쩌면 이것은 시민적 자유가 그 사회 내에서 차지하는 무게, 그것이 지켜져 온 역사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보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인터넷의 익명성이 옹호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그것이 바로 '자유 티벳 운동'이나 '버마 민주화 운동'처럼 폭압적인 정부들에 맞선 일련의 움직임들이 생존하고 확산될 수 있었던 기반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네트워크에서 자기 정체(실명, 성별, 국적 등은 물론이고 현재 위치, IP주소, 사용하는 PC의 종류 등에 이르기까지)를 절대로 드러내지 않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예를 들어 '완전한 익명성'을 제공한다는 xB 브라우저 같은)이 정당화될 수 있는 바탕은, 정부는 언제나 개인에게 과도한 지배를 행사하려 할 수 있으며 그것을 막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개개인에게도 마땅히 주어져야 한다는 인식이다. 반면 한국에서 정부의 역할은 몇몇 '찌질한' 인터넷 사용자들로부터 나머지 사용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며,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같은 '얼마 안 되는 개인정보 정도는' 마땅히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일반적인 통념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포함한 인터넷상의 실명확인을 둘러싼 문제는 단지 이것이 기술적인 검열이냐의 여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시민적 자유'가 어떻게 정의되느냐의 제도적, 법적, 사회적 차원까지 모두 포함하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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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3 16:59 2007/08/03 16:59
풀어쓰기 2007/08/03 16:59 by metav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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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sdead 2007/08/04 15:09 # M/D Reply

    그러고보니 왠지 과거로의 회귀같은 느낌도 드네요.
    개인적으로 ID통합화(OpenID같은)는 마음에 드는데, 한국식 실명제는 뭔가 명목뿐이라서 의미가 없어보인달까요.

  2. 이카리아 2007/09/09 00:28 # M/D Reply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아직까지 인터넷상의 익명성이 정치적 자유의 근본이며 시민적 권리의 하나라는 것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정도의 담론을 형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날아드는 폭력이나 사기 같은 문제들이 지배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저는 이 이유 중의 하나가, 결국 언론 통제에 무력하게 엎어지는 여론의 생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그런 형태의-인터넷 덧글의 폭력성-시각을 강조하는 기사들만 무수히 쏟아졌고, 그것이 하나의 진리처럼 조장되었으니까요. 뭐 네이버 찌질이들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익명제에는 이런 장점이 있다 같은 기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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